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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시대, 정답은 '진화'에 있다띵짓 (책 리뷰) 2022. 1. 13. 19:43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저자 브라이언 헤어 / 버네사 우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엔 많은 갈등이 존재한다. 정보의 교류가 빨라지고,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능력도 증가할 것이라 믿었지만, 오히려 더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다. 2022년으로 넘어온 지금 '인종, 성, 세대, 빈부 등' 어느 때보다 많은 갈등을 동시에 겪고 있는 듯하다. 특히 온라인 뉴스 댓글창을 보면, 우리가 이렇게 심한 갈등 속을 살고 있는지를 새삼 깨달으며 놀라곤 한다.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이라 더 신랄하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도 있겠지만, 모두 창을 들고 싸우는 전사들과 같다. 오로지 내 생각, 내 관점만 맞고 나머지 생각들은 들리지도, 설령 듣더라도 전혀 받아들일 생각과 의지가 없다. 오히려 싸움의 불씨가 될 뿐...
그런 와중에 생각을 넓혀주는 책을 만났다. 모든 책은 저마다의 배울 점이 있지만, 진실을 마주했을 때 오는 불편함과 새로운 지식 탐구에 대한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적자생존'이 맞다고 생각하면서 자랐다. 학교에서도 그렇게 배웠고, 내가 접하는 많은 책들이 우리는 똑똑했기 때문에 '언어'를 사용해서 서로 협력할 수 있었고, '도구'를 사용해서 타종보다 강한 힘을 가질 수 있었다고 배웠다. 이것이 지금까지 내가 알던 우리 종이 우세종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우리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누구보다 친화력이 뛰어난 '다정한 종'이었기에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 내용들을 보노보와 여우 실험 등 많은 가설과 실험을 통해 하나씩 증명해나간다. '다정함'을 말하는 책답게 충분한 설명을 해주어 유전학, 생물학적인 지식이 없어도 설득력 있게 잘 읽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책은 온갖 갈등으로 증오를 부추겨 당선된 트럼프 시기에 쓰였다. 무수한 갈등을 해결하고, 우리 종이 다시 한번 질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돕는 힘은 '다정함'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을까?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세상에서 혹시 모를 희망을 품게 해주는 책이었다.
구구절절 책에 대한 스포를 하고 싶지는 않아 자세하게 적진 않겠지만, 다정하다는 이유로 진화된 우리가 왜 이런 첨예한 갈등 속에 살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다정함 이면에 있는 잔인함, 아니 다정할 수밖에 없어서 생기는 잔인함에 대한 설명은 오히려 더 충격이었다. 나의 삶의 태도를 바꾸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은 더 이상 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또 모를 '나비효과'를 위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약간의 힌트를 얻은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인상 깊은 구절이나, 기억하고 싶은 내용에는 꼭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읽는데 그중의 하나를 인용하자면, 아래와 같다.
"서로 다른 집단 사람들과 자주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사회적 유대감이 더 많이 형성되며 타인이 지닌 생각에 대한 감수성도 전반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 이데올로기, 문화, 인종이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와 소통은 우리 모두가 같은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효과적이고 보편적인 방법이다."
p.264,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가까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 코로나가 끝나면 당연히 일상으로 돌아가긴 하겠지만, 그 일상이 기존의 일상과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처음 겪어 본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의 폐쇄되고, 거리 두는 경험은 새로운 타인에 대한 호기심보다 적대감과 두려움을 발생시킬 것이고, 심지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접하는데 엄청난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는 너무 과한 관계 속에서 지내왔고, 지금 이대로 사는 것도 충분히 괜찮다는 경험을 우리는 이미 해버렸다. (조금의 외로움을 참으면 엄청난 편함이 온다!!!)
이런 심리적 환경 속에서 서로 다른 집단 사람들과 자주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은 '독서'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나와 전혀 다른 관점과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온 또 다른 사람의 인생을 담아내는 일이다. 물론 이러한 만남이 물리적인 공간에서 직접 만나는 것만큼의 시너지는 없겠지만, 오히려 시간의 제약 없이 서로의 생각을 맘껏 부딪히고, 곱씹어보고, 함께 다져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한 장점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가 세바시에서 '책 잘 읽는 법'에 대해 강연하는 것을 봤는데, 굉장히 공감 가는 말이 있었다. '책은 우리의 생각, 편견을 깨는 도구여야 한다. 읽으면서 나와 생각이 같은 책은 읽을 필요가 없고, 계속 계속 다른 생각이 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 (이런 책들은 ~~ 에서 선정한 책들에 많이 있다고 한다. 내가 지금 독서평을 하고 있는 이 책도 '김영하 북클럽 선정 도서'다.)'
모든 사람과 어느 정도 단절되어 느슨한 연대를 가지고 있는 이 시점에 이런 독서를 많이 할 수 있다면, 직접 교류할 수 있는 세상이 왔을 때 좀 더 풍부하고, 유연한 자세를 가지고 사람들을 대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품으며 글을 마친다.
p.s 최근 친구가 생일 선물로 지난 1년간 내가 인상깊게 또는 재밌게 읽은 책을 선물해달라고 했는데, 이 책이 생각났다.
그 친구가 유독 더 다정한 친구여서일까? 아니면 세상의 갈등을 해결할 든든한 아군을 한 명 더 만들고 싶어서일지 모르겠지만... 심지어 그 친구의 책 취향도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을 선물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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